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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Watch]"미국을 보라"…드라기, 일종의 협박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9-13 오전 7:54:02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유럽을 보라'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패키지 부양책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그는 "ECB는 신속히 움직이는데 연준은 앉아만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트럼프에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미국을 보라'고 했다. 트럼프처럼 콕 집어서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라기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은 신속히 움직이는데, 유로존(독일)은 앉아만 있다'고 말하는 게 명약관화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자신의 8년 임기 중 가장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무기한 QE 재개'와 '마이너스 더 깊은 곳으로의 금리인하' 패키지를 관철해냈다. 그리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 질의응답은 '재정정책'으로 시작해 '재정정책'으로 끝났다.

    말하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앞으로는 돈을 얼마나 더 풀 것이냐 하는 것은 관심의 초점이 아닌 듯했다. 기자회견은 주로 통화정책의 부작용과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다음달말 퇴임하는 드라기 총재는 절정의 노회함을 보여주었다. 그의 말은 정부와 국민들에 대한 일종의 위협이었다. 첫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드라기 총재는 작심한 듯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우리보다 더 높은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한 번 비교해 보라. 완화정책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관해서도 통화정책을 비교해 보라. 그런 나라들에서는 재정정책이 우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얘기를 올해에도 했고, 지난해에도 했고, 그런 얘기를 지난 6년, 7년 동안 해왔다. 유럽에서 당신들이 보아온 모든 것들, 일자리가 단기간에 1100만개 이상 창출된 것, 경제 회복, 지난 수개 분기동안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대개 우리 통화정책이 만들어 낸 것이다. 다른 것의 역할은 별로 없다. 물론 일부 국가들에서는 구조개혁이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재정정책이 책임을 맡아야만 할 적기이다."

    뜻밖에 무기한으로 설정된 이 제2차 양적완화(ECB QE2)를 대체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드라기 총재는 '부작용'이란 키워드로 대답을 했다.

    "만일 재정정책이 작동하고 있었더라면, 앞으로라도 재정정책이 투입된다면, 우리 통화정책의 부작용은 훨씬 적을 것이고, 오늘 결정한 정책행동은 훨씬 더 속도를 낼 것이고, 그래서 이 조치들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계속해서 우려를 제기했다. 네덜란드의 한 대형 연금은 지불액을 삭감할 처지에 놓였다는 질문까지 나왔다. 드라기 총재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네거티브(negative, 마이너스) 금리는 연금에 많은 포지티브(positive) 효과를 주기도 했다. 이 효과를 어떻게 하면 가속화해서 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해답은 다시 한 번 재정정책이다. 내가 알기로는 네덜란드 정부가 500억유로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걸 실행하기에 좋은 때이다."

    중앙은행이 영원히 경제를 구제해 주지는 않겠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드라기 총재는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헬리콥터 머니'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주는 것도, 그게 어떠한 형식이든지, 재정정책의 임무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라. 그건 통화정책이 아니다."

    다음은 이날 ECB가 발표한 주요 결정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이 정리 내용은 <Global Monitor now>에 오전 4시1분에 표출되었다.

    ECB도 '무기한 QE' 도입… '이례적 반대' 거슬러 끝내 관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와 자산매입(QE) 재개라는 초고도 부양 패키지를 도입했다. 이번 결정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위원들이 QE에 반대의견을 개진했으나 다음달말 퇴임하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끝내 뜻을 관철시켰다. 금리인하 폭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QE의 월간 규모가 예상에 다소 못미쳤으나, '금리인상 직전까지' 무기한으로 자산매입을 지속하기로 함으로써 실망감을 달랬다.

    ECB는 12일 정책회의를 열어 예치금금리를 종전 마이너스 0.4%에서 마이너스 0.5%로 10bp 인하했다. 마이너스 금리폭이 확대된데 따른 부작용(금융기관의 수익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투 티어링(Two Tier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필요지급준비금의 6배에 해당하는 초과지준에 대해서는 0%의 금리를 적용, 사실상의 보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원래의 기준금리(MRO rate: Main Refinancing Operation rate)는 0.0%로 동결했고, 한계대출금리도 0.25%로 유지했다.

    지난해말 끝냈던 QE(자산매입)도 재개하기로 했다. 시행시점은 오는 11월부터, 규모는 월간 200억유로로 했다. QE의 규모나 기한을 특정하지 않는 이른바 '개방형(open-ended) 방식을 취했다. 위원회는 자산매입이 "정책금리의 부양적 영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만큼 지속될 것으로, 그리고 핵심 ECB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기 바로 전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CB는 회사채 등 민간자산의 수익률이 예치금 금리를 밑도는 경우에도 제한 없이 매입하기로 했다. ECB는 앞서 지난 2017년 1월 공공자산 매입에 적용하는 수익률 제한을 푼 바 있다. 이 조치는 즉각 시행되어 이날 이후의 만기자산 재투자에도 적용된다.

    ECB는 다만 시장에서 거론되어 온 '발행국 한도(현 33%)'는 높이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행 리듬으로 자산매입을 꽤 오래간(for quite long time) 지속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도 상향을 논의하고자 할 동기(appetite)가 없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개시 시점을 유추하게 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또한 완화적으로 수정되었다. "현재 수준 또는 그 보다 낮은 수준으로 핵심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존의 가이던스를 유지함으로써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초저금리 유지 시한과 관련해서는 "최소한 2020년 상반기내내"라는 기존의 칼렌다 방식을 삭제했다. 대신 "인플레이션 전망이 목표에 왕성하게 수렴하고 그 수렴이 기저 인플레이션 다이내믹스에 반영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정성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에 앞서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QE 재개를 점쳤다. 오는 10월부터 월간 300억유로 규모로 1년간 자산매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컨센서스였다.

    ECB는 은행들에 대한 장기대출(TLTRO) 금리도 인하했다. '투 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심화, 연장하는데 따른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MRO 금리(현재 0%)를 기본으로 하되, 벤치마크 대비 초과실적을 낸 은행들에게는 예치금금리(-0.5%)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2년으로 정했던 만기는 3년으로 연장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통화정책위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옌스 바이드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뿐 아니라,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QE 재개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트리아와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 역시 알려진대로 QE반대 진영에 섰다.

    특히 집행부에서는 독일 출신 자비네 라우텐슐래거 이사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브누아 퀘레 이사까지 QE를 반대했다고 블룸버그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대 진영 인사들은 '실탄을 아끼자'는 논리를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QE를 유보해 두었다가 노딜 브렉시트 같은 위급한 상황을 맞으면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들은 '당장' 가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대세에 결국 밀렸다.

    드라기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낮은 0~1.5% 수준으로 재고정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그래서 이번에 당장 자산매입 재개 등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자산매입과 관련해서는 (금리인하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면서도 "결국에는 컨센서스가 충분히 폭넓게 형성되어 굳이 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정은 결국 굉장히 폭넓은 컨센서스를 보였다. 명백한 다수견해(a clear majority)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미치는 위험이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며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로존의 리세션 가능성은 작으나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 가능성이 작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데 대해서는 위원회가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또 "인플레이션 전망이 현저하게 높아지기를 원한다. 이번 부양 패키지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하는데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드라기 총재는 "재정의 자동적 경기 안정화 기능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성장 친화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이 기본(main)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만장일치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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