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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스치기만 해도 중상"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0-03 오전 7:05:54 ]

  • ⓒ글로벌모니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감기환자가 급증한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몸상태였던 것이다. 고온다습하고 일교차가 작던 계절에는 건강하게 잘 사는 듯 하지만, 환경이 나빠지면 견뎌내기가 어려워진다.

    2일 뉴욕 증시 대표지수 S&P500이 이틀 연속 장대음봉을 그렸다. 이날은 그림이 훨씬 어글리(ugly)했다. 갭하락 출발하면서 100일선을 깨는 퍼포먼스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오후 1시무렵까지 낙폭이 계속 커져만 갔다. 오후 들어 낙폭을 좀 줄이고, 덕분에 음봉에 아랫꼬리를 제법 길게 단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개장 전 발표된 ADP 미국 민간고용 지표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날 글로벌리 펼쳐진 어글리 장세의 이유가 될만큼 어글리하지는 않았다. 14만명 증가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13만5000명이 나왔다. 물론 앞선 8월치에서 3만8000명의 하향수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8월치의 절대 수준은 15만7000명으로 결코 형편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표는 "경기침체 우려를 심화하는 또 하나의 증거"로 여겨졌다. 그만큼 시장이 하방 재료에 비대칭적으로 민감하다는 의미다. 지금 시장은 '미국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과 고용과 소비로의 경기침체 압력 전이'를 거의 확신하면서 쇼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글로벌모니터

    지난 주 핌코의 요아킴 펠스 글로벌 경제자문과 앤드루 볼스 글로벌 채권 투자 최고책임자(CIO)는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 미국의 성장률이 1% 될까말까한 속도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리세션이 기본 전망은 아니나, 시동이 꺼진 속도(stall speed)로 운행 중인 경제를 넘어뜨리는 데에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보다 진지해진 2일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른바 'stall speed'는 얼마인지를 화제로 삼았다.

    stall speed란, 말 그대로 엔진 시동이 꺼진 상태의 속도이다. 그러나 완전히 꺼진 상태는 아니어서, 항공기에 비유하자면 추락은 가까스로 면하면서 날아갈 수 있는 가장 낮은 속도를 뜻한다.

    경제에서 이 stall speed는 침체를 가까스로 면한 상태 중에서 가장 형편없는 성장률을 뜻한다. 성장률이 이 지지선을 뚫고 내려가면 추락, 경기침체에 빠진다.

    금융위기 이전에만 해도 미국 경제성장의 stall speed 2% 정도였다.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뒤에는 곧잘 리세션에 돌입하곤 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잠재성장률이 3%대는 족히 되었던 시절 얘기다. RBC는 현재 미국의 stall speed는 1~1.5% 수준으로 본다. 내년 상반기 1% 성장률을 예상한 핌코가 '스치기만 해도 경기침체'라며 취약성을 경고한 이유다.

    이런 때에는 적기에 적절한 정책대응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금융위기 직후 때처럼 전세계적인 정책공조와 정책협력도 절실하다.

    그러나 이 모두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경제보다도 더 취약하다는 게 문제다. 물론 그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그게 또한 문제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독일 5대 경제연구소들이 독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4월 발표) 1.8%에서 1.1%로 대폭 낮춰 잡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면이있다. 올해보다는 나아진다는 얘기니까. 이들의 내년 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상치 컨센서스(0.9%)라든가 OECD의 최근 수정 전망치(0.6%)보다 여전히 양호하다.

    독일 5대 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5%로 하향했다. 그래도 역시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니까.

    다만 이번 3분기 GDP 성장률은 아마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는데, 이는 독일 경제가 기술적인 리세션(2개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연구소들은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았다. 이번 합동 보고서를 주관한 클라우스 미켈센 <독일경제연구소(German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 경제정책 및 전망부문 수석은 "비록 경제생산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가 깊은 경제위기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래도 연구소들은 독일 정부에게 이른바 "흑자재정 정책(black zero policy)"을 그만 두라고 촉구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켈센 수석은 "흑자재정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경제가 약화하고 있는데도 오로지 저축만 하는 것은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재정부양 정책을 요구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어쩌면 너무나도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했을 지도 모른다. 재정의 자동적인 경기안정화 기능, 경제 성장세가 꺼지고 후퇴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재정수지 흑자의 감소 및 소멸을 그대로 허용하라고 권고하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미켈센 수석은 "연구소들은, 현재로서는, 10년 전 금융위기 때 시행했던 것과 같은 포괄적인 부양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의 생각도 애초부터 그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들 보고서가 발표되기 직전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은 양호한 재정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경제위기에 잘 준비되어 있다. 위기가 오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to do everything that is necessary)"면서도 "현재로서는, 우리는 단지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숄츠 장관은 특히 "비록 당초 희망했던 것보다는 더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전망들을 보면 경제가 (내년에) 개선될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독일 정부가 적자국채를 대량 발행해 재정부양에 나선다면, 아마도 경제는 이미 '위기' 상태일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국채 "거품(?)"이 붕괴할 위험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다.

    ⓒ글로벌모니터

    독일 정부의 재정전략을 Editor's Letter는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보편화하고 일반화한 전세계의 돈 씀씀이 문화와 부조화가 클 뿐이다. 문제는, 독일 독자적 재정정책과 유로존 보편적 통화정책 사이에 부조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재정의 긴축적 기조를 상쇄하기 위해 유로존 전반의 통화정책은 훨씬 방만해져야만 했다. 그래야 보편화하고 일반화한 돈 씀씀이 환경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로존 통화정책당국 내부에서의 균열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일 저녁 연설에서 옌스 바이드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 겸 ECB 통화정책위원은 "최근 재개된 국채매입이 제한선을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이 제한선의 적절성과 중요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드만 총재 가 말한 '제한선'은 ECB가 국가별 발행잔액의 33% 이내에서만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를 뜻한다. 바이드만은 이 제한선을 넘길 경우 '중앙은행이 사실상 정부 재정을 보증하는 효과를 낸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제한선을 상향(예를 들어 50%로)하지 않는다면, 무기한으로 설정되어 있는 ECB QE2는,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될 수가 없다. 시장에서는 1년가량 뒤에는 한도가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바이드만 총재는 그 제한선을 높이려는 시도에 저항할 것임을 경고하면서 "재정정책이 각국 자율에 맡겨져 있는 통화동맹에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경계선이 흐릿해지지 않도록 분리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옳은 얘기다. 그래서 문제다.

    ⓒ글로벌모니터

    경제 협력(co-operations)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이 동일한 방향의 정책을 동시에 시행함으로써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 발발 직후 G20 정상회의의 '동시 부양책' 합의다. 세계경제는 한데 묶여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정책 공조(coordinations)는 '협력'에 비해 어려운 일이다. 이해가 서로 다른 국가나 기관들이 중장기적인 공동선을 위해 힘을 합하는 것이어서, 일부 주체는 양보, 단기적 불이익이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국제사회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경제정책 공조 노력들이 시도되었지만, 성공한 경우로 꼽을 만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공조 사례도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의 엄격한 자세는, 보편화하고 일반화한 전세계의 돈 씀씀이 문화의 관점에서는, 절박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협력을 저해하는 태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공조'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독일의 철학을 십분 존중한다면, 이는 늘 있어왔던 정책 공조의 난관을 뜻할 뿐이다. 그렇다면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을 지 모른다.

    문제는, 전세계적인 새 기류이다. 국가간, 국내 기관간 대립과 갈등이 첨예해 공조는커녕 협력조차도 꿈꾸기 어려운 환경이다. 스치기만 해도 '침체'이기 쉬운 취약한 체질에게는 감당하기가 벅찬 조건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은 국내에서도 거의 내전상태다. 어제 연준을 노골적 표현으로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증시 낙폭이 커지자 즉각 트위터를 가동했다. "성공하지도 못할 이 모든 탄핵 넌센스가 주식시장과 당신의 401K(퇴직적립금)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나라를 해치려 하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2020년 대선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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