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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믿어 줄 때 화끈하게 내놔라"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0-04 오전 6:09:45 ]

  •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3일 뉴욕증시가 장중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오전 10시 ISM 서비스업 쇼크로 10분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1.2%나 추락했던 대표지수 S&P500은 금세 기운을 차려 가파르게 반등해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정확히 한 시간 뒤에는 상승세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문자 그대로 증시는 불꽃같은 기세, 기염(氣焰)을 토했다.

    "bad is good"이 드디어 살아났다. 나쁜 경제지표는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정책을 촉발할 것이므로 증시에는 호재라는 바로 그것이다.

    전일까지만 해도 "bad is good"은 작동하지 않은 채 죽어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단 10여분 만에 기사회생했다. 이유가 있었다. 지표가 "너무 나빴기 때문(too bad)"이다.

    *전일 시장에서도 일말의 변화 징후는 있었다. 실망스러운 민간고용 지표에 달러가 급히 떨어지자 이머징통화들이 강세흐름을 펼쳤다. 그 전 날의 반응과는 달랐다. 지난 1일에는 ISM 제조업지수 쇼크로 달러가 급락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머징통화들은 달러보다 더 약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순히 10월말 추가 금리인하만을 예상하는 게 아니라, 보다 공격적인 연준의 완화정책 대응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9월 ISM 서비스업 지표로 봐서는 내일 9월 고용지표 역시 쇼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설사 이번 역시 양호하게 나오더라도, 10월 고용은 추세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니, 연준은 결국 본격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설 것이란 기대다.

    금리를 두 차례 연속해서 내린 연준은 그동안 정책 선회의 성격을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보험 제공'으로 규정하면서 "경기확장기 중간의 일시적인 정책기조 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data dependent"를 다시 강조하면서 "회의때마다 봐가면서(meeting by meeting)"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방적이나 수동적이고 후행적인 관망기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날 증시 움직임에서 또한 주목할 대목은, 연준의 공격적 대응이 결국 경기 사이클을 살려낼 것이라는 기대가 표출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시장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 있으나, 연준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신뢰이자, 더 나아가 경제와 정책 전반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다.

    이러한 긍정적 마인드셋은 시장의 심리적 펀더멘털이 여전히 단단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바닥이 아직 멀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꺼림칙하다.

    ⓒ글로벌모니터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블룸버그로 옮겨 필발을 과시 중인 백전노장 존 오서즈 칼럼니스트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ISM비제조업지수(공식 명칭이다)는 ISM제조업지수와 그 특성이 뚜렷하게 다르다.

    1) 비제조업지수는 제조업지수를 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2) 제조업지수가 경기 확장기 중간에도 가끔 기준선 50 아래로 떨어지며 침체(수축)를 가리키는 반면, 비제조업지수는 어지간해서는 그런 일이 없다. 지난 2016년 어려운 시기에도 제조업과 달리 비제조업지수는 확장기를 유지했으며, 미국 경기사이클도 지켜졌다.

    3) 비제조업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90년대 중간 이후로 이 지수가 50을 깨고 내려가면 미국 경제는 즉각 리세션에 빠졌다. 현재 지수는 리세션까지 2.6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다.

    Editor's Letter는 이번 ISM 시리즈에서 고용 항목에 특히 주목했는데, 이 역시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내보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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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ISM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미국의 비제조업 고용지수가 53.1에서 50.4로 하락, 수축국면 목전에 도달했다. 지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일 발표된 9월 ISM 제조업 고용지수는 47.4에서 46.3으로 내려 2016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비제조업의 고용은 아직 미약하게나마 확장 중이지만, 제조업은 수축이 심화하고 있다.

    Editor's Letter가 임의로 산출한 ISM '종합' 고용지수는 9월 중 49.8로 떨어져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이 '종합(composite)' 고용지수는 제조업에 15%, 비제조업에 85%의 가중치를 적용해 두 고용지수를 평균한 값이다.

    지난 2011년 이후로 ISM 종합 고용지수가 기준선 50 밑으로 떨어진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네 차례 뿐이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미국의 9월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 예상치 중간값은 14만5000명으로 나왔다. 전달 13만5000명에 비해 모멘텀이 좀 더 강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의 월간 비농업 취업자 수 증가폭과 ISM 종합 고용지수의 추세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맺어 왔다. 다만 월별로는 방향과 강도가 늘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4일 공개될 미 노동부의 고용통계는 ISM 지표와 달리 양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9월 ISM 고용지표가 일시적인 변이가 아니라면, 노동부 통계의 월간 취업자 모멘텀 악화는 시간문제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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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가 CME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10월30일 FOMC가 금리 목표를 1.50~1.75%로 25bp 인하할 가능성을 72.9%에서 87.3%의 확률로 높여 가격에 반영했다. 기정사실화 단계에 진입했다.

    연내 총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 전망도 '유력' 수준으로 올라섰다. 12월 FOMC가 금리 목표를 1.25~1.50%로 낮출 가능성은 61.3%의 확률로 프라이싱 되었다. 이 확률은 전일에만 해도 45.1%였으며, 지난 월요일(9월30일)에는 21.0%에 불과했다.

    이날 미 국채시장 수익률곡선은 사흘 연속 '불 스티프닝(bull steepening)' 흐름을 이어갔다. 연준의 보다 과감한 금리인하가 경기침체를 막아줄 것이란 '신뢰'다.

    그 신뢰에 요구되는 대가는 제법 크다. 연준의 실탄은 상당부분 소진이 불가피하다. 선물시장 가격에 내재된 내년 상반기말 연방기금금리는 1.10%, 내년말 금리는 0.96%이다. 지금보다 각각 75bp 및 89bp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총 세 차례, 내년말까지 거의 네 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의 압력일 수도 있다. 그나마 믿어 줄 때 '화끈하게' 침체 예방에 나서는 게 좋을 것이란 회유이기도 하다. 물론 연준은 이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뒤늦게 덤벼드는 연준을 보고 시장이 "이제는 늦었다"며 오로지 비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FOMC 중도진영의 로버트 카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완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는 "해외 성장세와 제조업과 기업투자의 약화가 우리 경제 다른 부문으로 스며드는 것을 우리가 만일 기다리고만 있는다면, 경제의 약세가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도록 관망만 한다면, 내 생각에 그건 너무 오래 기다린 것이라 본다"며 "따라서 차라리 나는 중요한 때 필요하다면, 나중에보다는 조기에 금리 조정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에만 해도 연내 금리동결을 점도표에 찍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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